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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숨은 설계자]24. 종교와 문화를 조화시킨 무굴 제국의 궁정 설계자-비르발(Birbal)

무굴 제국이 꽃피던 역사, 조용한 설계자가 필요했던 시대16세기 중반 인도는 새로운 제국 질서가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다. 티무르와 칭기즈칸의 후손을 자처한 바부르로부터 시작된 무굴 제국(Mughal Empire)은 아크바르 대제(재위 1556~1605)의 통치 아래 강력한 제국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단지 영토를 넓히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제국이 될 수 없었다. 무굴 제국이 다스리는 땅에는 힌두교도, 무슬림, 시크교도, 자이나교도 등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혼재하고 있었고, 이를 하나로 묶는 새로운 정치·문화 설계가 필요했다.이 시기에 주목할 만한 인물이 바로 비르발(Birbal, 1528~1586)이다. 본래 힌두 브라만 출신의 시인이자 학자였던 그는, 무굴 제국의 이슬람 군주 아크바르 곁에서 종교 융합과..

[역사의 숨은 설계자]23.도쿠가와 통일전쟁의 붉은 사무라이-이이 나오마사(井伊直政)

전국시대의 마지막, 에도 시대의 역사가 시작되다16세기 후반, 일본은 오다 노부나가의 죽음 이후 다시 격동에 휩싸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을 평정한 듯했지만, 그의 사후 다시 권력의 공백이 생기면서 일본은 최후의 통일 전쟁으로 향하게 된다. 이 시기에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뛰어난 인내와 정치 감각으로 전국을 하나로 묶을 기회를 잡는다. 그러나 이에야스가 단독으로 통일을 완성한 것은 아니었다.그의 곁에는 뛰어난 군사 전략가이자 행정 실무형 설계자, 이이 나오마사(井伊直政, 1561~1602)가 있었다. 나오마사는 단순한 무장이 아니었다. 그는 도쿠가와 세력을 위해 군 조직을 체계화하고, 적과 아군을 명확히 구분한 색채 전술을 도입했으며, 전투 이후에는 지방 통치를 안정시키는 실무 설계까지 맡았다. 그런..

[역사의 숨은 설계자]22. 엘리자베스 시대를 설계한 윌리엄 세실(William Cecil)

종교 전쟁의 시대, 실용 정치의 설계사를 찾다16세기 유럽은 겉으로는 종교 개혁과 르네상스가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 이면에서는 왕위 계승 문제와 종교 갈등, 외교 충돌이 끊이지 않던 시대였다. 영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헨리 8세가 로마 가톨릭을 떠나면서 만든 영국 국교회는 한 왕의 결단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체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나아가 영국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는 여전히 혼란 속에 있었다.그 혼란을 정리하고, 엘리자베스 1세 치세를 통해 영국이라는 국가를 하나의 체계로 정비한 실무 설계자가 있었다. 바로 윌리엄 세실(William Cecil, 1520~1598)이다. 그는 국왕도 아니었고, 종교개혁의 선동가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외교, 행정, 정보, 종교, 교육을 모두 다룰 수 있는 ..

[역사의 숨은 설계자]21. 수니 알리(Sonni Ali)의 행정을 설계한 익명의 설계자들

사하라 너머의 제국, 새로운 역사 질서를 설계한 땅15세기 서아프리카, 유럽은 르네상스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사하라 사막 남쪽에는 이미 고도로 조직된 거대한 황금 제국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제국이 바로 말리 제국(Mali Empire)이다. 이 제국은 서아프리카에 있었고, 오늘날 말리 공화국을 중심으로 세네갈, 기니, 모리타니,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일부 지역까지 포함된다. 당시 티브크투(Timbuktu), 가오(Gao), 제네(Jenne) 같은 도시를 중심으로 사하라 무역, 이슬람 율법, 농업과 광업이 융합된 고유한 문명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말리 제국의 부와 질서, 학문적 수준은 14세기 이븐 바투타(Ibn Battuta)에 의해 상세히 기록되었고, 이후 15세기에는 수니 알리(Sonni Ali)라..